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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다 - <레터스 투 줄리엣>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다 - <레터스 투 줄리엣>

 


깊어가는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부는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연인과의 사랑을 키워나가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여기에 연인과 함께 보는 달달한 로맨스 영화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레터스 투 줄리엣> 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결혼을 앞둔 소피는 약혼자 빅터의 제안으로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베로나로 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 기분으로 떠나온 여행이지만 뉴욕에서 식당 개업을 앞둔 빅터의 관심은 온통 치즈, 버섯, 와인 등에 있고, 결국 나 홀로 여행을 즐기게 된 소피는 줄리엣의 집을 관광하다 특이한 장면을 보게 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성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써서 줄리엣의 집 담벼락에 붙여놓고 가면 누군가가 그걸 수거해서 가지고 가는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소피는 사연을 수거해 가는 사람들을 쫓아가게 되고, 그들은 줄리엣을 대신해 일일히 사연에 답장을 써서 전 세계로 보내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 날 다시 줄리엣의 집을 찾은 소피는 우연히 돌틈 사이에서 누군가 50여년 전에 쓴 러브레터를 발견하게 되고 답장을 써서 보낸다. 놀랍게도 며칠 후 50여년 전 편지를 썼던 클레어 할머니와 손자 찰리가 영국으로부터 베로나로 소피를 찾아오는데..



 

1957년, 이탈리아 청년 로렌조를 만나 사랑에 빠졌던 클레어는 부모님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편지를 써서 줄리엣의 담벼락에 끼워놓은 편지의 답장이 50여년 만에 돌아오자 답장을 써준 사람을 찾아 베로나로 온 것이다. 클레어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소피는 손자 찰리와 함께 그녀를 도와 50여년 전에 헤어진 로렌조 할아버지를 찾아보기로 하지만 베로나에서 로렌조 찾기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여기에도 로렌조, 저기에도 로렌조, 온통 로렌조 천지인 베로나에서 클레어 할머니의 첫사랑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할머니가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운 찰리는 로렌조 찾기를 그만 둘 것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소피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지만, 찰리의 마음속에는 소피를 향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손자에게 할머니인 클레어는 이렇게 충고한다.

'너도 나처럼 50년 후에 소피 찾아 남의 집 문이나 두드릴 셈이냐?'

이 대사와 더불어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명대사는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다' 가 있다.

그렇다. 사랑에는 늦지 않았을까? 이제라도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된다.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안 해보고 후회한다면 클레어 할머니처럼 50여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영화의 발상과 전개는 어떻게 보면 유치하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내가 소피가 되어, 약혼자에게 서운해하고, 찰리와의 새로운 만남 속에서 두근거리고, 클레어 할머니의 첫사랑 이야기에서는 옛사랑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아마도 영화를 볼 때 단순히 줄거리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연기자들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와 더불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멋진 풍경이 함께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마치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진 동화책을 보는 것처럼 예쁜 풍경과 예쁜 여주인공인 아만다가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었다.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신인 주인공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요즘 헐리웃에서 핫한 여배우 중 하나이다. 아만다는 이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 딱 맞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것 같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할리우드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나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아만다가 주연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새로운 연기가 기대된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을 보기 전,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이나 굉장한 반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무난한 영화가 될 것 같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게, 지나간 옛사랑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보거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딱 알맞은 아주 달달~한 로맨스 영화인 <레터스 투 줄리엣>이었다.